북한말 : 새치기를 ‘요꼬도리’라 합니다.

    요꼬도리, 삶의 속도를 줄이는 다정한 브레이크


    오늘 교회에서 ‘요꼬도리’라는 생소한 말을 알게 되었다.

    북한말로 ‘새치기’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처음 그 소리를 귀로 받아 적었을 때는 어쩐지 귀여운 느낌마저 들었다.

    “요꼬도리하지 마라” 하고 조용히 타이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뾰족하고 날 선 ‘새치기’라는 단어보다 훨씬 동글동글하고 장난스러운 구석이 있어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표현이 참 재미있다.

    오늘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사를 위해 길게 늘어선 봉사자들과 교우들의 줄 뒤편에 가만히 서 있을 때였다. 날마다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주시는 여집사님이 다가오시더니 내 손을 살포시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집사님, 오늘 다음 일정 때문에 바쁘시잖아. ‘요꼬도리’해서 뒤에 있는 사람들보다 먼저 식사하세요.”


    교회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북한에서는 새치기를 요꼬도리라고 부를까. 가만히 소리를 음미하다 보니, 타인의 옆(요꼬)을 슬그머니 가로채어 가져간다(도리)는 뜻이 직관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결국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은 욕심’이 존재한다는 뜻이리라.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남보다 한 발 앞서나가기 위해 조급한 ‘요꼬도리’를 꿈꾸곤 한다. 도로 위에서, 마트 계산대 앞에서, 혹은 인생이라는 긴 트랙 위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앞지르려 애쓰기도 한다.

    마트 계산대 앞의 긴 줄에서, 꽉 막힌 도로 위의 차선에서, 심지어는 인생의 성공이라는 보이지 않는 트랙 위에서조차 우리는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앞서나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을 벌인다.

    남의 줄에 슬쩍 발을 들이밀며 ‘이 정도쯤이야’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순간들.

    그것은 어쩌면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속도 중독’이고 ‘작은 이기심’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치기는 단순히 차례를 어기는 행동이 아니라, 타인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있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이 말을 배우게 된 것도 묘한 울림을 준다. 사랑과 양보를 이야기하는 곳에서 만난 ‘요꼬도리’라는 단어는, 나에게 남을 밀쳐내고 앞으로 가려 했던 조급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다정한 브레이크가 되어주었다.


    앞으로는 일상에서 조급증이 고개를 들 때마다 이 재미난 말을 떠올릴 것 같다. 내 몫이 아닌 것을 먼저 쥐려 고개를 기웃거릴 때, 마음속으로 나직하게 외쳐보는 것이다.

    ‘아차, 요꼬도리하지 말아야지.’


    조금 늦더라도 내 차례를 묵묵히 기다리는 것, 옆 사람에게 기꺼이 내 자리를 양보하는 것.

    그 단단하고 여유로운 마음이야말로 삶을 가장 아름답게 완주하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 발견한 재미있는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의 속도를 기분 좋게 늦추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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